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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전문가왜 농산물가격은 변화가 심할까?

paxnong
2022-04-19

"왜 농산물가격은 변화가 심할까?"


올해도 양파가격이 폭락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가을에 판매되는 김장배추 가격도 매년 폭등할 때가 있고 폭락할 때가 있다. 마늘, 대파, 건고추 등도 매년 가격의 변화가 심하다. 왜 그럴까? 농산물의 생산과 가격형성, 소비와 유통 측면의 특성이 공산품과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공산품처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가 힘들다.

농산물은 토지에서 생산된다. 토지의 양은 한계가 있어 생산을 무한정 늘리기 곤란하다. 더구나 농사 지을 농지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주택단지, 산업단지, 도로 등으로 매년 여의도 면적의 52배씩 줄어들고 있다. 토양의 질에 따라 생산성에도 차이가 있다. 작물마다 재배하기에 적합한 토지와 그렇지 않은 토지가 있다. 또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에는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 가격이 올랐다고 하여 밤샘 작업하여 하루이틀 새에 생산할 수 없다. 농산물은 계절 생산이므로 수확기에는 가격이 떨어지고, 비수확기에는 가격이 오르게 되어 있다.

농업은 자연 기후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온, 강수량, 습도, 일조량 같은 기상조건과 토질, 물, 지형 같은 토지조건에 따라 수확량의 변화가 심하다. 가격변화의 중요한 원인이다. 최근 들어 기후위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2020년 여름 6∽8월까지 폭우가 54일간 계속되었고 태풍도 장미,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4개나 몰아쳤다. 올해도 겨울가뭄이 심해 산불도 잦았고 겨울작물의 피해가 컸다. 조선 시대에는 평균 3년에 한 번씩 자연재해를 겪었다는 기록이 있다. 자연재해는 농산물 생산의 불안정과 가격의 불안정을 가져온다.


이런저런 이유로 흉년이 들면 농산물가격이 상승하여 농민들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가격이 폭등하면 수입농산물을 들여와 농산물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시작으로, 지금은 약 90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관세가 없거나 매우 낮은 관세율로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다. 국내 생산량에 수입량이 더해지면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흉년이라고 해서 농민들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작년에 조류독감으로 달걀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하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외국에서 껍질이 하얀 달걀을 대량으로 수입한 적이 있다. 마늘, 양파, 건고추도 가격이 오르면 수입량이 늘어난다. 생산량이 감소했는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농민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약 62% 정도이다.

농산물가격 형성은 생산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구조이다. 생산자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단지 받아들여야만 한다. 생산자가 적정가격을 정하여 안정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없다. 반면에 공산품은 생산자가 공장도 가격을 결정하여 시장에 공급한다. 그리고 농산물은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즉 수요가 조금만 변해도, 가격은 크게 변화한다는 뜻이다.

또 생산자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크다. 유통단계가 많아 유통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전국에 분포해 있는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별로 한데 모아 도시에 있는 도매시장으로 수송하고, 도매시장에서 각 소매점으로 흩어지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유통과정이 공산품보다 복잡하다는 점이다. 농산물은 부피가 크고 무거우며 쉽게 상하기 때문에 품질보존 비용, 저장비용, 수송비, 하역비 등이 많이 든다. 수송과 하역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판매과정에서 상하여 폐기하는 것 모두 유통비용에 포함된다. 농산물가격의 변화가 심하면, 농민의 소득도 변화가 심해진다. 농민들도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안정된 농산물가격을 원한다.




김호(교수,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