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식량과 곡물, 우리나라 농업의 자생력 확보를 다시 생각해야"
2007~2008년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카메룬, 세네갈 등지에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중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이집트는 빵 값 상한제(1kg당 11.5 이집트 파운드)를 실시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평상시’ 삼시세끼 먹고 사는 데 큰 무리없는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일까?
2019년 3월 코로나19 펜데믹 선언 이후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니, 세계 곡물창고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농산물 수급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이다. UN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에 따르면 2022년 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59.3포인트로 전월에 비해 12.6%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자면 2022년 1~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145.1포인트)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95.9포인트) 대비 1.5배 급등했다.
이러한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즉각적으로 우리 먹거리 물가를 습격하며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퍽퍽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외식물가는 지난해보다 6.6% 상승했는데, 상승 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7.0%)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갈비탕과 햄버거는 작년 대비 각각 11.7%, 10.4% 오르는 등 39개 모든 외식 품목 물가가 상승했다. 밀가루, 국수, 식용유, 소금 등 우리가 마트에서 주로 사먹는 가공식품 중에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렵다.
UN 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 및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액 추이
Source: UN 식량농업기구(FAO), 농수산물유통공사 수출입 정보(KATI)
Note: 연간 평균 기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곡물 수요량의 76.6%를 수입하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2019년 기준)으로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주식인 쌀의 경우는 2020년 자급률이 92.1%에 달하지만, 콩은 25.4%, 옥수수와 밀은 각각 3.5%, 0.7%에 불과하다. 2019년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거의 최저 수준인데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하향세이다. 이러다보니 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에 그대로 노출된채 농산물 수입이 이루어지고, 이를 원료로 하는 곡물/식품가공업, 사료제조업, 축산업 등 관련 산업에 충격이 그대로 전이되는 취약한 구조이다.
이번 전쟁만 지나가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 밀, 콩, 옥수수 생산량 변동성이 높아지고,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농경지도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옥수수 등의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곡물이나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곡물시장의 가격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농산물 자급률 추이
Source: 농림축산식품부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 현황’, 김영진 의원실
쌀의 높은 자급률로 인해 우리 국민 대부분이 곡물 수급 안정의 필요성이나 식량안보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먹거리 문제는 단순히 인간의 ‘식욕’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이다. 위기 때마다 불거지는 삭량안보의 취약성을 제고하기 위해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먹거리 수급 안정, 국내 농업의 자급률과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통합적 대응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농지 확보와 생산적 활용 등을 통한 국내 생산 기반 확대, 농산물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비축 시스템 정비, 수입의존도가 높은 농산물 품목의 안정적 조달 등 전방위적인 지원 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와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들 역시 농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업 경영시스템 개선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접목된 농산물의 혁신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규림(이사, 삼정KPMG 경제연구원)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식량과 곡물, 우리나라 농업의 자생력 확보를 다시 생각해야"
2007~2008년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카메룬, 세네갈 등지에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중 밀가루 가격이 급등하고 민심이 흉흉해지자 이집트는 빵 값 상한제(1kg당 11.5 이집트 파운드)를 실시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평상시’ 삼시세끼 먹고 사는 데 큰 무리없는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일까?
2019년 3월 코로나19 펜데믹 선언 이후 에너지, 원자재, 곡물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더니, 세계 곡물창고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농산물 수급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이다. UN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에 따르면 2022년 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59.3포인트로 전월에 비해 12.6% 상승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자면 2022년 1~3월 세계 식량가격지수(145.1포인트)는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95.9포인트) 대비 1.5배 급등했다.
이러한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즉각적으로 우리 먹거리 물가를 습격하며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퍽퍽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월 외식물가는 지난해보다 6.6% 상승했는데, 상승 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7.0%)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이다. 갈비탕과 햄버거는 작년 대비 각각 11.7%, 10.4% 오르는 등 39개 모든 외식 품목 물가가 상승했다. 밀가루, 국수, 식용유, 소금 등 우리가 마트에서 주로 사먹는 가공식품 중에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렵다.
UN 식량농업기구 식량가격지수 및 우리나라 농산물 수입액 추이
Source: UN 식량농업기구(FAO), 농수산물유통공사 수출입 정보(KATI)
Note: 연간 평균 기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곡물 수요량의 76.6%를 수입하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2019년 기준)으로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주식인 쌀의 경우는 2020년 자급률이 92.1%에 달하지만, 콩은 25.4%, 옥수수와 밀은 각각 3.5%, 0.7%에 불과하다. 2019년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거의 최저 수준인데다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하향세이다. 이러다보니 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에 그대로 노출된채 농산물 수입이 이루어지고, 이를 원료로 하는 곡물/식품가공업, 사료제조업, 축산업 등 관련 산업에 충격이 그대로 전이되는 취약한 구조이다.
이번 전쟁만 지나가면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현재 진행형인 지구 온난화 및 이상 기후 현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곡물 수출국에서 밀, 콩, 옥수수 생산량 변동성이 높아지고,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농경지도 전 세계적으로 감소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옥수수 등의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곡물이나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곡물시장의 가격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5년간 농산물 자급률 추이
Source: 농림축산식품부 ‘최근 5년간 식량자급률 현황’, 김영진 의원실
쌀의 높은 자급률로 인해 우리 국민 대부분이 곡물 수급 안정의 필요성이나 식량안보를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먹거리 문제는 단순히 인간의 ‘식욕’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이다. 위기 때마다 불거지는 삭량안보의 취약성을 제고하기 위해 거시적이고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먹거리 수급 안정, 국내 농업의 자급률과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통합적 대응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농지 확보와 생산적 활용 등을 통한 국내 생산 기반 확대, 농산물의 수급 안정화를 위한 비축 시스템 정비, 수입의존도가 높은 농산물 품목의 안정적 조달 등 전방위적인 지원 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와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들 역시 농업의 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농업 경영시스템 개선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접목된 농산물의 혁신 방안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김규림(이사, 삼정KPMG 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