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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렌즈축산업의 가치지향적 변화, 결국 소비자 손에 달렸다

paxnong
2022-09-01

"축산업의 가치지향적 변화, 결국 소비자 손에 달렸다"


“Simple is the best” 명언이라면 명언인 이 문장은 어떤 이의 디자인 철학이나 삶의 자세를 반영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먹거리에 관해서라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피해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식품을 구매, 섭취하기엔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된 산업은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소비자 조사결과 약 68%의 소비자들이 ‘최근의 비건 트렌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인다’고 응답했고, 49%의 소비자들은 ‘비건(채식주의)을 시도해 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개인적 차원의 건강과 미용 등은 물론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적 이슈와 동물권 등의 윤리적 이슈를 반영한 결과로 보입니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이제 우리는 식생활에 대해 영양섭취나 맛을 넘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혹은 정체성을 반영하는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이 사실 내가 ‘무엇을 먹지 않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먹는지’에 따라 나의 정체성을 반영한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불매’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구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축산업을 변화시키는 것은 축산물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축산물을 선택하여 구매하는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산업을 변화시키는 일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 복잡한 산업을 이해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더 깊이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축산물을 먹지 않는 것 만으로는 변화를 만들어나가기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는 축산물, 혹은 축산업을 필요로 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축산물 소비는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축산물 구매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고 할지라도 단순히 축산물을 먹지 않겠다는 결론을 낼 것이 아니라 축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방목생태축산농장(정읍 다움목장)


‘친환경축산’ 이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푸른 잔디밭을 여유롭게 거니는 농장동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실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연두빛 잔디에 총총거리며 뛰어다니는 노란 병아리와 푸른 초원을 거니는 소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꿈꾼다면, 그것은 거의 당신의 꿈속에서나 만날 일이거나 수없이 많은 축산농가 중 100분의 1도 안 되는 친환경 축산농장이 TV에 나왔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산업화된 축산업, 우리가 쉬이 ‘공장식 축산’이라고 불리는 대중적인 축산형태는 빠르게 늘어나는 우리의 축산물 소비량을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사실 그동안 효율적으로 작동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환경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가 그동안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켜오던 축산업은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변화의 시기가 온 것입니다.

가치지향적인 축산, 이 변화를 위한 많은 노력들이 사실 축산 현장에서 도입되고 있습니다.
농업생태계의 건강과 생물다양성, 자연순환의 회복 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유기농,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유기축산’을 실천하는 농장들은 국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120여개 농장이 실천 중에 있습니다. 실제 이러한 유기축산 실천 농가들의 축산물은 ‘유기축산물 인증’이라는 이름으로 인증마크로 제품표시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고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최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방목생태축산’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는 ‘Silvopasture’는 초지 즉 토양이 가지고 있는 탄소격리효과와 풀과 초식동물의 협업을 통한 토양생태계의 복원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가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국내에는 방목생태축산 지정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45개소의 농장이 있습니다.)


유기축산물 인증농장(부여성동목장)


이렇게 축산업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적 자극에 더해 내부적으로도 변화의지를 보이고 있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환경과 미래를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축산물을 아예 먹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떠한 축산물을 선택하여 구매하는가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축산업을 더 빨리, 더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박여름(과장, 사단법인 친환경축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