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Paxnong Story 



팍스농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농촌, 농업, 지역 이야기를 함께 공유합니다.

바깥렌즈농촌과 농민은 생명숲이다

paxnong
2022-05-08

"농촌과 농민은 생명숲이다"


맑고 투명한 햇살에 만물이 초록초록 해지는 이 즈음에 나는 가만히 앉아 있길 힘들어 한다. 이 병증은 나름 오래 되었는데, 매년 들과 산과 숲이 연두연두해지기 시작하는 4월 무렵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신병 앓는 무녀처럼 논밭길 사이 그리고 숲이 우거진 산길로 차를 몰아간다.

내 지역구 안에는 행주산성이 있는 행주들녘도 있고, 김제평야 같은 곳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대곡역이 있는 대장동 들판도 있다. 이 곳에 심어져 자라고 있는 채소들을 보면, 청순한 생명력을 느낀다. 그러다 동네 이장님을 만나면 어김없이 검정 비닐봉투 한두 개를 받는다. 물론 그 속에는 그 싱싱한 채소들이 있다. 이런 생명력과 정이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이것으로도 모자라면 고양시와 경계를 하고 있는 양주시의 일영으로 간다. 어려서부터 교외선을 타고 물놀이를 즐기러 오던 일영유원지는 차도가 잘 정비되었을 뿐, 안쪽 냇가와 산 그리고 숲이 어릴적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참으로 좋다. 그런데 더 좋은 것은, 잠깐 차를 세우고 걸으며 물소리를 듣고 숨호흡을 크게 할 때다. 초록의 소리가 들리고 물에 반사된 햇빛의 노래가 하늘거리듯 춤을 춘다. 숲속을 지나쳐온 바람이 내 마음의 오물들을 달래며 차분히 내보낸다. 내 마음을 덮고 있던 미움, 원망, 질투, 화 같은 묵은 딱지들이 떨어지며, 뽀얀 새살을 보여 준다. 그래서 참 좋다.


고양시 백석동 호수로 변

 

내친김에 일영계곡과 인접해 있는 장흥계곡으로 간다. 장흥계곡은 일영보다 산이 높고 물이 깊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초록이 내뿜는 향기도 더욱 진하다. 잊지못할 장면을 찾아 차를 세운다. 지나가던 구름이 조금의 비를 뿌렸고 그 순간 흙과 만난 그 빗방울은 흙향기로 변해갔다. 그리고 초록의 향기와 어울어지며, 마음의 새살에 뽀빠이 같은 근육을 심어준다.

감사, 행복, 기쁨, 즐거움,,,, 장흥계곡을 지날 때 마다 작은 소나기를 항상 소원한다. 잊지 못할 최고의 내음을 또 갖고 싶어서

 

장흥계곡을 지나면 파주시 광탄에 이른다. 이곳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용미리 묘지가 있다. 나의 부모님도 이곳 용미리 납골당에 모셔 놓았기에 가끔 들른다. 왕릉식 납골당이 용미리 묘지 전체 중에서도 꽤 높은 곳에 있고 중간중간에 모두 묘지밖에 없어서, 초록이 무성한 이 즈음의 풍광은, 묘지의 잔디와 그 사이 나무들 그리고 파아란 하늘과 듬성듬성 흰 구름, 가히 천국의 모습이다.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느꼈던 죄스러움들을 모두 용서받는 느낌이 된다. 더불어 이승과 저승이 다르지 않음에 감사한다.


고양시 대장동 교외선 철로변


2019년부터인가 당시 경기도지사께서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을 추진해 오셨고, 예산을 기안해 경기도의회에 동의를 요청하셨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들에게 개인별로 기본소득을 지급해 주자는 것이었고, 농촌기본소득은 시범적으로 농촌지역의 한 바운더리를 정해 그 지역에 사시는 모든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농촌기본소득은 바로 통과시켜 주었지만, 농민기본소득은 문제가 많아 반대를 하였다.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농민이 아닌 다른 직업군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농민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농민관련 신문들과 관련 분야 분들에게 많은 항의와 지탄을 받았었다.

결국  전 경기도지사님의 대선 때, 농촌기본소득은 공약으로 확정되었으나, 이러한 문제제기 때문인지 몰라도 농민기본소득은 공약으로 확정되지 못한 것으로 안다.

 

내가 생각하는 농촌은 자연이고 생명에 큰 힘을 주는 물과 빛이다.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 또한 중요한 자연이고 생명력이다. 그러나 복잡한 인간사의 얽힘에 영향받으면 그 생명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그 자연과 생명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정책을 만들고자 항상 힘써 왔고 앞으로도 그리할 생각이다.

농촌과 농민, 그 자연과 생명력을 사랑하기에.....



원용희(광역의원, 경기도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