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 시대의 산물, 공급과잉 대응해야"
2020년 3월 ‘치유농업법’이 제정되고, 1년 후 동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에 '치유농업'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치유농업이 갑자기 나타났다. 치유농업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닌가?’, ‘치유농업의 열기가 얼마 가지 않아 식을 것이다’라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의 인간의 ‘욕구단계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단계를 5단계로 분류하여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생리적 욕구’로 보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다음에 ‘안전의 욕구’가 있고, 이게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그다음 단계인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가 나타나고, 이 또한 해결되어야 마지막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마지막 단계의 ‘자아실현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어 ‘성장 욕구’라고도 한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하여 개개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내용이라,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처럼 늦게 나타나지만, 충족할수록 더욱 커지는 성장욕구와 유사하다.
한 국가의 농업과 농촌사회의 발달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식량의 자급자족이 최우선인 단계, 즉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단계에서는 증산을 통해 배고픔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정책의 가장 급선무이다. 매슬로의 생존의 욕구와 견줄 수 있겠다. 농업의 본질이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며(생산농업) 식량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나타나는 것이 고품질, 기능성 농산물 생산이며, 농산물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질, 토양, 대기 환경보호 등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생산농업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되면 나타나는 농업이 ‘서비스농업’이다.
서비스농업이란 1차 산업인 생산 관련 농업활동을 하면서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동시에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농업인이 농장에 와서 농사체험을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체험농업', 농업활동을 하며 관광산업을 곁들이는 '관광농업', 농장에서 학교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농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서비스농업 가운데 국민들의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었을 때 나타나는 유형이 '웰빙농업', '사회적농업', '치유농업'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대(평균)수명이 높아져 장수하고, 개개인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유지하며 장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치유농업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하기 때문에 서비스농업 유형 가운데서도 늦게 나타나고, 이런 현상은 선진국의 높은 기대수명, 경제적 시간적 여유와 맥을 같이 한다.
치유농업은 이처럼 시대와 국가의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농업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게 서서히 준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열기가 식을 내용이 아니고 장수사회, 건강과 행복 추구와 결을 같이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서비스 유형이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결국 치유농업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사회발전을 경험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도약을 위해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고, 1963년에는 농업분야의 공동정책을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럽의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PA)’이며, 이때 기계화, 경지정리, 청년후계농 육성 등을 추진하였고, 고령 농업인이 영농을 멈추도록 하는 '은퇴장려 정책'을 펼쳤다. 이에 여러 은퇴한 분들이 축사를 개축하여 방을 만들고 손님을 받기 시작하는 '농장민박' 형태의 서비스농업으로 전환하였는데, 이것이 서비스농업의 시그널이라 볼 수 있다.
농장민박은 초기에 숙박과 농장체험 중심으로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 캠핑, 음식 제공, 레저, 휴양 등으로 서비스농업의 형태가 다양화되었고, 90년대에는 웰빙농장, 건강농장 등 쉼과 힐링을 제공하는 치유형 농장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농장과 농촌에서 휴가, 관광 서비스가 신체적인 휴식과 휴양은 물론 심리·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직업교육과 일자리 및 사회로의 통합을 제공하는 케어팜(돌봄농장)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적 변화, 농촌사회의 진화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치유농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사회발전의 정점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며, 치유농업 안에서의 서비스 유형도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화될 것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체험농업의 경우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농업인들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치유농업서비스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모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치유서비스 공급자는 이를 잘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며, 치유농업의 품질을 보증하고, 치유 농업인의 지속가능한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계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맞게 태어난 치유농업이 우리 사회에 맞게 정착하여 국민과 농업인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동규(한국건강농업연구소 대표, 농학박사)
"치유농업 - 시대의 산물, 공급과잉 대응해야"
2020년 3월 ‘치유농업법’이 제정되고, 1년 후 동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에 '치유농업'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치유농업이 갑자기 나타났다. 치유농업에 거품이 있는 것 아닌가?’, ‘치유농업의 열기가 얼마 가지 않아 식을 것이다’라고 보는 견해들이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을 위해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의 인간의 ‘욕구단계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단계를 5단계로 분류하여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생리적 욕구’로 보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수면을 취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면 다음에 ‘안전의 욕구’가 있고, 이게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그다음 단계인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의 욕구’가 나타나고, 이 또한 해결되어야 마지막 5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마지막 단계의 ‘자아실현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어 ‘성장 욕구’라고도 한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자원을 이용하여 개개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내용이라,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처럼 늦게 나타나지만, 충족할수록 더욱 커지는 성장욕구와 유사하다.
한 국가의 농업과 농촌사회의 발달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식량의 자급자족이 최우선인 단계, 즉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단계에서는 증산을 통해 배고픔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정책의 가장 급선무이다. 매슬로의 생존의 욕구와 견줄 수 있겠다. 농업의 본질이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며(생산농업) 식량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나타나는 것이 고품질, 기능성 농산물 생산이며, 농산물의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질, 토양, 대기 환경보호 등에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생산농업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되면 나타나는 농업이 ‘서비스농업’이다.
서비스농업이란 1차 산업인 생산 관련 농업활동을 하면서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동시에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농업인이 농장에 와서 농사체험을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체험농업', 농업활동을 하며 관광산업을 곁들이는 '관광농업', 농장에서 학교 교육을 수행하는 '교육농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서비스농업 가운데 국민들의 경제적, 시간적 여건이 충분히 개선되었을 때 나타나는 유형이 '웰빙농업', '사회적농업', '치유농업'이다.
선진국의 경우 기대(평균)수명이 높아져 장수하고, 개개인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많은데, 이들의 공통점은 장수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유지하며 장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치유농업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하기 때문에 서비스농업 유형 가운데서도 늦게 나타나고, 이런 현상은 선진국의 높은 기대수명, 경제적 시간적 여유와 맥을 같이 한다.
치유농업은 이처럼 시대와 국가의 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치유농업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게 서서히 준비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열기가 식을 내용이 아니고 장수사회, 건강과 행복 추구와 결을 같이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서비스 유형이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결국 치유농업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사회발전을 경험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재도약을 위해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고, 1963년에는 농업분야의 공동정책을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럽의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 CPA)’이며, 이때 기계화, 경지정리, 청년후계농 육성 등을 추진하였고, 고령 농업인이 영농을 멈추도록 하는 '은퇴장려 정책'을 펼쳤다. 이에 여러 은퇴한 분들이 축사를 개축하여 방을 만들고 손님을 받기 시작하는 '농장민박' 형태의 서비스농업으로 전환하였는데, 이것이 서비스농업의 시그널이라 볼 수 있다.
농장민박은 초기에 숙박과 농장체험 중심으로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육, 캠핑, 음식 제공, 레저, 휴양 등으로 서비스농업의 형태가 다양화되었고, 90년대에는 웰빙농장, 건강농장 등 쉼과 힐링을 제공하는 치유형 농장이 생겨난 것이다. 이는 농장과 농촌에서 휴가, 관광 서비스가 신체적인 휴식과 휴양은 물론 심리·정서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취약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들에게 직업교육과 일자리 및 사회로의 통합을 제공하는 케어팜(돌봄농장)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회적 변화, 농촌사회의 진화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치유농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사회발전의 정점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며, 치유농업 안에서의 서비스 유형도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화될 것이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체험농업의 경우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농업인들과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치유농업서비스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고 모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곧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치유서비스 공급자는 이를 잘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며, 치유농업의 품질을 보증하고, 치유 농업인의 지속가능한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 지역사회 서비스와 연계하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에 맞게 태어난 치유농업이 우리 사회에 맞게 정착하여 국민과 농업인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동규(한국건강농업연구소 대표, 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