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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렌즈K-농업의 미래를 위해 국내 애그리테크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

paxnong
2023-03-16

"K-농업의 미래를 위해 국내 애그리테크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로 전 세계 벤처투자 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음에도 이른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만남인 애그리테크(agri-tech)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기후변화, 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 팬데믹 등으로 미래 먹거리와 식량 안보에 대한 걱정이 늘면서 농업에 데이터 혁신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드론 등의 기술이 접목되며 첨단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에그펀드(AgFunder)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애그리테크에 대한 투자는 2018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0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2022년 투자 규모(102억 달러)는 전년대비 6% 가량 감소하였지만, 역대 2번째 규모이다.

 

글로벌 애그리테크 벤처 투자 규모 추이

Source: AgFunder

Note: 동 보고서 상 Farm tech를 애그리테크 규모로 산정


글로벌 애그리테크는 시설원예, 축사, 과수 등 노지를 비롯해 농업 관련 전후방 산업 모든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되며 새로운 비즈니스로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호주의 토양 탄소격리 전문 스타트업 로암 바이오(Loam Bio)사는 종자에 미생물을 코팅하는 기술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안정적으로 포집·저장하며 호주, 미국, 캐나다에 상품을 출시 중이다. 동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즈니스로 2023년 2월 시리즈 B투자를 유치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와이즈(Beewise)는 꿀벌 통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비홈(Beehome)’을 통해 24시간 365일 꿀벌을 상시 감독함으로써 꿀벌의 수분 능력과 꿀 생산량을 대폭 향상시키고, 해충 등의 위협을 완화하며 양봉을 자동화했다. 동 기업은 AI 등 최첨단 기술을 통해 양봉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멸종 위기의 꿀벌을 구하며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armers Business Network)’는 가입 농민들끼리 종자 정보, 토양 상태, 산출량, 재배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시작해 가입 농민들에게 자기의 토양에서 어떤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지 데이터 기반 최적의 종자 추천 서비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농민들의 정보 비대칭과 안정적 소득 확보도 지원한다. 최근 운영자금/농지 매입자금, 농기계 구매 관련 대출 상품 등을 제공하는 농업 특화 금융서비스도 제공하며 4개국에서 55천명 이상 농민들을 위한 아마존(Amazon)으로 부상하며 2023년 3월 기업가치는 40억 달러(5.2조 원)에 달한다.

 

국내 애그리테크 스타트업도 글로벌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하며 성장세를 구가했다. 2022년에는 창업 4년차 농업 스타트업인 그린랩스(greenlabs)가 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을 운영하며 1,7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동년 말에는 15만 종이 넘는 농산물 데이터 플랫폼과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축수산물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트릿지(TRIDGE)가 3조 원의 기업가치로 애그테크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선정되었다. 사물인터넷 기반 자동화 운영시스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엔씽(N.THING)은 외부 환경을 통제해 작물 수확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사막 내 식물재배가 어려운 아랍에미리트(UAE)에 스마트팜 솔루션을 수출하는 쾌거도 이루어냈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며 애그리테크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 유치에 제동이 걸리고, 기존 예정된 투자가 지연·중단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금난에 봉착한 국내 애그리테크 기업들은 금융사 대출과 추가 자금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도 단행하는 것으로 보도된다. 금번 벤처기업 자금난으로 애그리테크 기업들의 약세가 농업 분야 혁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우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노동집약적 산업으로서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농산물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자금 속성 등으로 인해 애그리테크에 대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비춰지기는 하지만, 농업의 밸류체인은 환경, 기계, 식품, 건강, 소프트웨어, 유통 및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되어 파괴적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이에 애그리테크에 대한 관점은 생산·유통 등 농산업 전방위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관점을 지향하는 동시에 다른 산업 대비 농업계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농협중앙회 등 관련 기관과 정책펀드 등이 중심이 되어 애그리테크 벤처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농업의 근간을 혁신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농업분야 벤처 육성자금 지원 등의 정책을 지속하면서, 스타트업들이 민간 자금을 보다 원활히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국내 애그리테크 기업들 역시 과거와 같이 외형 확대 후 수익성 확보를 추구하는 방식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당분간 이어질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 시간 동안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척박한 국내 농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애크리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 구축과 지속가능한 발전·혁신을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노력을 기대 한다.


김규림(이사, 삼정KPMG 경제연구원)